1. 건강한 싸움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만듭니다.
날이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혼하는 부부와 출산하는 부부는 점점 줄어드는 것을 생각하면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잘 싸우고 푸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면 부딪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결혼생활을 해보니 결혼과 동시에 어른으로서 다해야 하는 책임이 더 막중해진 것 같고 아이를 낳아 키우니 그것이 더 커져 버겁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와 의견이 맞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때면 그 어려움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할 수 없을 때는 잘 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해결하 가면서 서로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싸우지 않고 가슴속에 쌓아두면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화병과 관련된 것인데 화가 마음에 쌓이고 풀리지 않으면 그것이 독이 되어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싸우면서 사는 부부와 서로 참기만 하고 사는 부부를 비교하였을 때 참는 부부의 사망률이 4배 이상 높았습니다. 스트레스가 마음을 갉아먹는 것처럼 내 배우자에 대한 화 역시 내 마음을 갉아먹는 독이 되는 것입니다.
싸우다 보면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히 그 상황을 피하거나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상대가 나를 배려해 주는 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나도 역시 상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계속 해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2. 싸움에서 필요한 태도
그렇다고 치고받고 싸우라는 것은 아닙니다. 현명하게 싸우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화가 난 지점에 대해 전달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잘 싸우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고 감정적으로 치닫게 되며 이유를 잊은 채 싸움을 위한 싸움이 돼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먼저 비난의 말을 삼가야 합니다. "넌 원래 그런 식이야", "아무것도 모르지" 등의 말투는 상대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그리고 나의 입장만 내세우고 나만 옳다고 하는 태도 역시 좋지 않습니다. 상대를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태도 역시 싸움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뿐입니다.
싸움을 대비하여 부부간의 약속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부부는 아무리 싸우고 감정이 상해도 집 밖으로 나가거나 외박을 하지 않는 것,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을 규칙으로 정했습니다. 감정이 격해져도 이것을 지키고 나면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서 다시 가라앉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3. 싸움의 방법과 규칙
자녀가 있다면 자녀 앞에서는 싸우지 않도록 합니다. 드물겠지만 자녀뿐 아니라 타인 앞에서도 역시 싸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싸울 때는 지금 이야기하는 주제만 다룹니다. 지난번에, 옛날에 같은 말을 넣어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비아냥거리면서 인신공격을 하는 것입니다. 싸울 때 배우자의 가족을 언급하거나 욕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상대는 배우자이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감정만 상하게 할 뿐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물리적인 폭력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싸우면서도 이 싸움은 갈등 해결을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함께 잘 해결해서 우리 가족을 위한 좋은 길을 도모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지 내가 이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그 끝이 좋지 않습니다. 쉽지 않지만 싸울 때도 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 나면 흥분해서 논리적인 사고가 안되고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야 합니다. 흥분하게 되면 뇌가 일부 정지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고 상대방의 잘못을 더 크게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너무 흥분 상태라면 그것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하도록 합니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흥분한 상태라면 잠시 시간을 주어 진정을 하자고 권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싸움에 지난 일을 끌어올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이 끝도 없이 길어지고 유치해지고 결국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된 상태로 지치기만 합니다. 듣기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데 지난 일을 계속 들추면 서로 감정이 상하고 부정적인 상황이 생깁니다. 싸울 때는 평소보다 더 의식해서 똑똑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속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그랬구나" 등의 말을 써서 일단 들어주고 존댓말을 쓰는 등의 장치를 사용하여 예의를 지키고 극으로 치닫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싸움의 끝을 꼭 보는 것입니다. 흐지부지 넘어가고 회피하다 보면 앙금이 가슴에 남고 결론은 없는 상태가 되어 결국에는 폭발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