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 보면 미디어 노출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 싸여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둘째 아이는 17개월인데 엄마 아빠의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스와이프를 합니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 그리고 형이 보는 티브이와 스마트폰 영상을 어깨너머로 함께 시청합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미디어를 노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미디어 노출 시기
미국 소아과 학회에 따르면 만 18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영상 통화를 제외한 미디어 노출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두 돌이 될 때까지 우리의 뇌는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겪게 됩니다. 이 시기에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직접 만지고 느껴보는 활동은 뇌 발달을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때 미디어에 노출되게 되면 공감 능력이나 애착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의미 있는 대화와 풍부한 언어 환경에 놓여 있어야 언어를 습득하고 상호작용을 하며 소통 능력을 기르게 되는데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미디어를 많이 보게 되면 말이 늦게 트이고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계속 보다 보면 이 또한 뇌에 영향을 미쳐 주의 집중력을 떨어뜨립니다. 화면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아이들은 충동 조절이 어렵게 되고 기억력이나 인지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는데 스크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을 막아 수면 패턴을 방해하고 깊은 잠을 자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에 놓여있지만 우리의 뇌는 그에 맞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사람 간의 소통, 자연환경과 더욱 친숙합니다. 여기서 설정한 연령은 18개월이지만 가능하면 두 돌 이후까지도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질 좋은 콘텐츠를 보여주세요.
첫째 아이는 20개월즈음 부터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더 늦게 영상을 노출하고 싶었지만 혼자서 하루종일 육아를 하는 날이면 너무나 지쳐서 어쩔 수 없이 틀어주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고민은 어떤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가였습니다. 처음 영상을 보는 아이들은 무조건 재미있어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탐험하듯이 미디어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아무 콘텐츠나 보여주게 되면 그것 또한 있는 그대로 흡수하게 됩니다. 보호자의 지도아래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아이의 연령을 고려하여 교육적인 콘텐츠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창의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콘텐츠를 골라야 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보호자가 먼저 영상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화면이 너무 자주 바뀌거나 너무 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고 흔히 말하는 2D 느낌의 잔잔하고 편안한 콘텐츠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손으로 만든 인형이 움직이거나 실제 사진 등을 활용하는 영상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의 경우 내용이 많은 것보다는 노래가 나오는 영상 위주로 골랐고 그림이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듯한 느낌의 영상들을 위주로 골랐습니다. 둘째가 아직 17개월이지만 첫째가 영상을 활용하다 보니 같이 보여주게 되는데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고 너무 어렵게 생각이 되면 오랫동안 집중하지 않고 스스로 놀이를 찾으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핵심은 좋은 콘텐츠를 연령에 맞는 것으로 골라서 소비하는 것입니다.
3. 미디어 시청 습관 형성하기
아이가 미디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면 제대로 된 습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미디어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일수록 보호자와 함께 시청을 해야 합니다. 아이만 영상에 빠져있도록 두지 말고 옆에서 같이 상호작용을 하며 아이의 반응을 살피고 적극적인 피드백을 함께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노래나 춤이 나온다면 같이 해보고 영상에서 나온 것들을 책이나 실제 사물을 활용하여 한번 더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재미있게 시청했다면 약속한 시간에 끄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영상에 빠지게 되면 계속 보고 싶어 합니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적당히 본 후에 꺼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미디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처음 영상을 볼 때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교육을 했습니다. 너무 어려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이해할 수 없으니 단호하게 꺼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울고 떼써도 그냥 두고 절대 다시 켜주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또 보고 싶다면 끄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만 말해주었습니다.
단호하게 교육을 하면서 집의 분위기도 아이가 미디어에 빠지지 않도록 형성해줘야합니다. 아이에게는 많이 보면 안 된다고 해놓고 엄마아빠가 하루종일 티브이를 본다거나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면 아이는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꼭 보고 싶다면 보호자 역시 정해진 시간 동안만 보고 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여기에 미디어를 시청하는 장소는 거실뿐이라는 규칙을 정해서 알려주었습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침실에 갖고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리고 태블릿으로 볼 때는 이 태블릿은 너에게 잠시 빌려주는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면 언제든 꺼내서 보려고 하고 원하는 콘텐츠를 아무거나 눌러서 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보호자가 소유권을 갖고 행동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됩니다.
미디어를 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안 보여 줄 수 없다면 현명하게 선택하고 규칙과 습관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원칙을 지키며 미디어 노출을 한다면 아이들도 올바른 습관을 가지고 미디어를 활용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