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정맥의 증상: 제가 부정맥이라고요?
고3이던 어느 날 계속되는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내과를 찾았습니다. 의사는 저를 한참 진료하더니 엉뚱하게도 부정맥인 것 같다는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부정맥은 심장의 질환인데 어떻게 머리가 아프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큰 병원을 찾았습니다. 심전도를 통해 부정맥을 진단받기 전까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어리둥절했습니다.
부정맥은 크게 세 가지의 종류가 있습니다. 심방세동과 심실성빈맥 그리고 심실상빈맥입니다. 각각 발병하는 위치가 다르고 가져올 수 있는 결과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심방세동은 가장 널리 알려진 부정맥 유형입니다. 불규칙한 빠른 심장 박동인데 혈액 순환을 저하시켜 혈전과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겪었던 부정맥은 심실성 빈맥이라는 것인데 심장의 하부인 심실에서 발생하는 빠른 심장 박동과 관련됩니다. 이 부정맥은 흉통, 실신,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진료를 받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심실성 빈맥을 겪을 때는 심장이 계속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혈액을 공급해야 신체에 혈액순환이 잘 되는데 부정맥 경우에는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심장이 잘 뛰다가도 갑자기 쿵하며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런 직후에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하얗게 보이며 주저 않게 됩니다. 그 짧은 찰나가 지나가면 갑자기 심장이 평소보다 두 배이상 빠르게 뛰며 호흡이 가빠집니다. 결국 발병한 지 2년 정도가 지났을 때 실신을 해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때의 이야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실상빈맥입니다. 심장 심실 위쪽에서 발생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가슴떨림이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카페인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 부정맥 치료과정
처음 진단을 받은 병원에서는 약물 치료를 권했습니다. 매일 약을 챙겨먹어야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기약이 없이 계속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정맥을 치료하는 약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먼저 베타 차단제는 심박수를 늦추고 수축력을 줄이기 위해 처방됩니다. 칼슘 채널 차단제는 칼슘이 심장 세포로 이동하겠을 조절 하여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것에 도움을 줍니다. 항부정맥제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안정시키기 위한 약물입니다. 이러한 약물은 부정맥의 종류와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처방됩니다. 저는 나이가 어렸고 정상 체중이고 다른 질병이 없었기에 일단 약물 치료를 하다가 어느 정도 호전이 되는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약을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빼먹기 일쑤였고 나중에는 거의 약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신기하게도 금방 부정맥이 생겼습니다. 어지러움과 숨 가쁨을 참고 지내기를 2년, 학교 수업 중에 저는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에 도착한 저는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분명 평소처럼 말짱했지만 언제 다시 재발하여 실신할지 모른다는 이유였습니다. 며칠 저를 지켜보던 의사는 수술을 권했습니다. 제가 받았던 수술은 고주파 절제술입니다. 고주파 에너지로 생성된 열을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만드는 심장 조직에 가하여 불규칙하게 뛰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개복술은 아니었고 사타구니 쪽에 작은 구멍을 뚫어 관을 삽입하여 시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앞으로 계속 약을 먹는 것보다 시술로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하에 진행하였고 결과적으로는 시술 이후 10년 넘게 부정맥이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주파절제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냉동절제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극도로 낮은 온도로 심장 조직에 비정상적인 전기 경로를 방해하는 방법입니다.
약물이나 수술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심박조율기나 이식형 제세동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심박조율기는 가슴에 이식하여 리드가 심장에 연결됩니다. 이것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기 위해 전기자극을 전달하여 심장 박동이 꾸준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식형 제세동기는 심장박동을 모니터링하여 생명에 위험을 주는 부정맥이 감지되면 전기 충격을 주는 장치입니다.
3. 부정맥이 가져오는 합병증
심장 박동과 관련있는 부정맥은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벼운 합병증으로는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계속 어지럽고 두통이 오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신체 활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도 지장을 줍니다. 이러한 증상은 불안을 만들고 생활방식에도 제한을 줄 수 있습니다. 뇌졸중과 혈전의 위험성도 있습니다. 불규칙하고 빠른 심장 박동을 계속 겪다 보면 심방에 혈전이 생길 수 있고 이 혈전은 떨어져 나와 뇌로 이동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장기간 부정맥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부전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이 생기면 심장이 혈액을 효율적으로 펌프질 하는 것이 어려워져 항상 피로하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심실성 빈맥이나 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심장 아래쪽 방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비효율적으로 박동하게 만들기 때문에 혈액을 효과적으로 펌프질 할 수 없게 합니다. 그래서 급성 심장 마비가 올 수 있는 것입니다.
부정맥을 겪으면서 신체와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받아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정맥 자체가 무시무시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렇게 예방적인 관리와 시기적절한 개입을 하면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도 관리를 잘할 수 있습니다. 부정맥으로 걱정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처방을 잘 따르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관리가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