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울증은 왜 생길까
이 글에서는 저의 2번의 우울증 경험을 적으며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사회생활을 하던 중 한 번, 산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의 우울증을 겪었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먼저 우울증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생길 수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도 그중 하나인데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 쉽게 발병할 수 있고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거나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것과 관련된 특정한 유전자도 우울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 요인,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기게 됩니다.
저의 경우 환경적 요인이 먼저 있었고 그 후에는 자존감이 낮아지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등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서비스직종에 근무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과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와주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의욕이 넘치던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점점 사람을 만나기 싫어지고 의욕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울증은 본디 매우 개인 것인 것이어서 나에게는 힘들게 느껴지는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는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또한 한 가지 이유보다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합쳐져 그 원인을 특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에 남들은 멀쩡히 잘 다니는 회사가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도 저를 더욱 가라앉게 만들었습니다. 산후우울증도 갑자기 변화된 저의 주변환경이 너무 크고 버겁게 느껴지면서 찾아왔습니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과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생각,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환경 그리고 지쳐가는 몸 등 모든 복합적인 것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는 퇴근 후에도 이어져 집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거나 잠을 자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저를 둘러싼 여러 가지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2. 우울증의 증상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버겁다고 느껴지면서도 처음에는 개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노력을 통해 나를 바꾸고 내가 생각을 바꾸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주변 환경이 바뀌지 않으니 우울감은 더욱 깊어졌고 항상 기분이 안 좋은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모두 겪었던 것 같은데 좋아하던 일에도 관심이 없고 즐거움이 없게 되었습니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몸이 계속 피로했고 일이나 육아에 집중하기가 힘든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우울증을 겪는 경우 수면 패턴에도 변화를 겪게 되는데 불면증을 겪거나 과다수면증을 겪는 것이 그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랬는지 과도한 수면을 했었습니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을 느끼며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자주 느꼈습니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 한 가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이대로 잠들고 싶다.'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눈물도 많아지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을 검색하여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습니다.
3. 우울증 극복을 위한 첫걸음
지금 생각해도 그 시기에 병원을 찾은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든 이 상태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의사와 상담을 했고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내면에 어떤 생각들이 있었는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치료는 이러한 상담과 약물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회사를 휴직하고 쉬면서 좀 더 치료에 집중하며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약을 먹으며 마음상태를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에 힘썼습니다. 두어 달이 지나니 눈에 띄게 활기가 생기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꼭 병원에 방문하라고 권유하며 저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잠시 왔다가는 힘듦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우울증이라면 병원에서 좀 더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적극 권장합니다. 내가 혼자 극복할 수 없는 어떤 질병이 나에게 찾아온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면 조금 더 빠르게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나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 또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저처럼 약물 치료를 하는 것도 좋고 심리 치료 등을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노력하는 것도 좋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며 나를 돌보는 것에 힘쓰는 것입니다.
원치 않게 찾아온 우울증은 순식간에 나를 덮치고 나를 어둠으로 빠뜨립니다. 그래도 좌절하지 마세요. 언제나 출구는 있습니다. 혹시 지금 힘들어서 이 글을 읽으러 온 분이 있다면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하시길 바랍니다. 두 번의 우울증을 겪으며 지금의 저는 전보다 더 많이 저를 돌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의식적으로라도 나를 챙기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지내다 보면 훗날 또 다른 우울증이 찾아오더라도 마음의 소리를 금방 알아차리고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